자동화는 더 이상 미래의 예고편이 아니다. 이미 많은 업무가 시스템과 알고리즘에 의해 처리되고 있으며, 인간이 맡던 역할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변화 앞에서 누군가는 불안을 느끼고, 누군가는 기회를 발견한다. 흥미로운 점은 살아남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장 뛰어난 기술자이거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동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택받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과 태도의 문제다.

1.일을 수행하지 않고 정의하는 사람들
자동화 이후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일을 단순히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어진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서 자신의 가치를 찾지 않는다. 대신 무엇을 해야 하는 일로 정의할 것인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자동화가 가장 먼저 대체하는 영역은 절차가 명확한 일이다. 규칙이 정해져 있고 반복 가능한 업무는 결국 시스템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이때 여전히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반면 살아남는 사람들은 한 단계 위에서 사고한다. 이 일이 왜 필요한지,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이 과정을 바꿀 수는 없는지를 고민한다.
이들은 일을 받는 순간 바로 실행에 들어가지 않는다. 먼저 질문한다.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결과가 어떤 의사결정에 쓰이는가”,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이들은 단순한 실행자가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
자동화 이후의 환경에서는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일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시스템은 정의된 문제를 잘 풀지만, 문제를 새로 만드는 능력은 없다. 살아남는 사람들은 바로 이 지점을 차지한다. 그들은 자동화의 대상이 아니라, 자동화를 설계하고 방향을 정하는 위치로 이동한다.
2.기술보다 기준이 분명한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자동화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기술 이해는 중요하다. 그러나 자동화 이후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기술보다 기준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한다. 오늘의 필수 기술이 내일은 기본이 되고, 곧 자동화의 일부가 된다. 이 변화 속도를 개인이 모두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 기준이 없는 사람은 늘 불안하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한 채 트렌드를 쫓는다.
반면 살아남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 어떤 기술이 자신의 역할을 강화하는지, 어떤 영역은 굳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명확히 구분한다. 이 기준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이들은 기술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본다.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면 무작정 익히기보다, 자신의 기준에 비춰 활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 선택 능력이 자동화 이후의 경쟁력을 만든다. 기술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어디에 쓰지 않을지를 아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
3.효율보다 책임을 선택하는 사람들
자동화는 효율을 극대화한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며, 더 적은 비용으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자동화 이후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의 세 번째 공통점은 효율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결정을 추천하는 시대에는 책임이 흐려지기 쉽다. 시스템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말은 편리하지만,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살아남는 사람들은 자동화된 결과 앞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결과를 검토하고, 맥락을 고려하며, 최종 판단에 책임을 진다.
이 책임감은 단순한 도덕적 태도가 아니다. 자동화 환경에서는 오히려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희소해진다. 그래서 그 가치는 더 높아진다. 인간만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윤리, 신뢰, 관계, 장기적 영향—을 기꺼이 떠안는 사람이 조직과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가 된다.
자동화 이후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은 시스템 뒤에 숨지 않는다. 시스템을 활용하되, 결정의 주체로 남는 선택을 한다. 이 선택이 쌓일수록 그들은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자동화 이후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일을 정의하고, 기준을 세우며,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들이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이런 태도는 쉽게 자동화되지 않는다. 결국 이 시대의 생존 전략은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데 있지 않다. 무엇을 맡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선택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는 데 있다. 자동화는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